*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따라서 뛰쳐나간 몸을 하고선 '왜?'라고 자문해봤다.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나는.' 적어도 산이 패거리가 괴롭히다 만 아이를 잡아서 넘겨주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딴 미친 소리를 해대는 산이한테는 조금도 동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막연히 불쌍하게 생각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타는 듯한 석양이 그 아이를 ...
* "야, 정겨울. 어디 봐?" "어? 뭐." "이쪽 봐." "...." '왜 또 저래.'라는 눈으로 잠깐 제게 가만히 시선을 주다가, 잠깐 한눈판 사이 또 어느새 겨울이의 시선이 딴 데로 돌아가 있다. "이쪽 보라고. 정겨울." 자꾸 저 새끼 힐끔거리지 말고. 은근히 자존심 상해서 뒷말을 삼키고 있자니, 겨울이는 한숨을 한 번 가볍게 쉬더니 심드렁히 말한...
현은도는 눈매가 사나운 아이였다. 또래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차이 날 정도로 상당히 키가 크지만, 그 이유가 아니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잡아끄는 타입의 그 아이 주변에는 늘 소문이 붐비고 있었다.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 때도. 그런 아이의 주변에는 소문만 무성하게 맴돌 뿐, 사람이 맴돈 자국은 없었다. 이제 막 올라간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사체가 여린 감투를 쓰고 내게 와 날카로운 발톱을 드리웠다. 숨죽이고 나를 노려보던 그것은 찰나를 틈타 발톱을 휘둘렀다. 한순간에 머릿속 한구석을 베여나간 자국은 영감이 되어 나를 전율시켰다. 날카로운 아픔은 곧 통증이 주는 쾌락이었다. 낯선 쾌락이 정신을 두드렸다. 생경한 모사요, 생의 발돋움이라. 어서 그에 응해 육신을 움직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
내 심장은 물과 같다. 틀이 없으면 고이지 않고 형체를 갖지 못하며 작은 건드림에도 쉽게 파동을 내보이며 흔들린다. 흘려보내면 흐르는 대로 흘러가 버리고 잡아 가둔 곳에 조금이라도 틈새가 보이면 새어나가 버린다. 그런 내가 누군가를 마음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가끔 의구심이 들고는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나는 나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사람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언제나 이용하는 480번 버스 안은 평소보다 기온이 훨씬 낮았다. 몸이 으슬으슬해서 닭살이 돋았다. 늦여름이라 아직 에어컨을 끄지 않을 계절 탓이기도 하지만, 아마 창밖으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비 때문일 거다. 그건 내게 있어서 불행의 서막이었다. 가뜩이나 배가 차가운 편인 나는 이런 날은 쥐약 먹은 생쥐처럼 골골거리고 꺽꺽거리기...
눈앞의 거울을 바라보니 욕실 벽면에 무언가가 비쳤다. 그 일그러진 모습에 소름이 이는 균열이 등허리를 훑고 지나갔다. 세면대를 짚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떨림은 미처 직시하지 못한 공포를 자극했다. 얇디얇은 눈꺼풀을 한 번 깜박이자 그것은 찰나에 사라지고 없었다. ‘바보 같은.’ 착각이었다. 타일의 굴곡진 무늬가 전등 불빛에 반사되면서 어떤 형상을 ...
처음 뵙겠습니다. illi라고 합니다. :) tmi) 닉네임은 그냥 어감이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여러 가지로 해석하기 좋은 것 같아서 'illi'(일리)로 결정했습니다. ㅎㅎ 첫인사로 소설 아닌 소설 같은 소설을 데려와 봤는데, 제가 딱히 형식에 맞춰 쓰는 편이 아닌 데다가 즉흥글은 갑자기 뜬금없이 생각나서 쓰고 싶은 대로 마구 갈겨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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